7월말부터 8월초까지는 빠르게 이동해봅시다.
임시숙소는 다행히 깨끗한 새 아파트였다. 이전의 살던 사람의 흔적이 목욕탕에서 금발 머리카락으로 발견되기는 했지만 그 정도야 청소해버리면 그만이니 신경쓸 것도 없었다.
이민용 가방 8개를 거실가득 풀어놓고 안에 켜켜히 쌓여있는 짐들을 하나씩 끄집어 내며 생활을 시작했다.
부엌에 달린 아일랜드식 식탁은 아이들이 앉기에는 너무 높았지만 따로 가구가 없었기때문에 밖에서 주어온 의자를 끌어다 앉아 식사를 했다. 가을학기가 시작되는 이곳은 사람들이 주로 여름에 이사를 가고 오기때문에 이 시기가 되면
물건 매매가 활발해지고 잘사는 집 근처에 가면 밖에 버려놓은 괜찮을 가구들이 가끔 있었다.
이민가방에 바리바리 실었지만 식기류라고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때라 우리의 식사는 늘 간소하고 조촐했다.
카레인가 비빔밥인가 해주고 맛이 어때라고 물었더니 대답대신 손을 저리 치켜든 효녀. 효자 내 자식들^^;;
어느 날은 된장찌개를 끓였던 것도 같다. 된장은 근처 Asian Mart에 가서 사고 미국 있는 내내 거의 빠지지 않았던 계란은 항상 기본으로..
이곳에 온지 얼마 안된 아이들은 한국에 있는 가족들을 많이 그리워했고 바빠던 한국의 삶과는 다른 일상에 지루해했다.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아이들에게 온라인 기기를 쥐어주며 그들의 휑한 마음을 조금쯤은 달래주고 싶었는데,
참...이 작은 결정이 이후 취짐 전 습관으로 자리잡을 줄이야.
6개월 뒤에 올 소영이를 기다리며 민채가 쓴 종이에 무언가를 썼는데 내용속에 버텨내기란 문구가 너무 짠해서 순간 마음이 조금쯤 아팠다. 소영이가 올때까지 저 약속들을 지켜냈냐고? 민채는 스스로에 대한 약속은 제법 잘 지켜내는 아이라 나의 방을 같이쓰는게 아니라 아예 언니한테 넘겨준걸 빼고는 거의 다 지킨 것 같다.
저 당시에도 많았던 민후의 레고는 한국에 돌아올 때쯤이 되어서는 산이 되었다.
민후 옆에 TV는 Habitat for Humanity에서 산 Used인데 돌아올때 Crag list에서 40불에 팔아 넘겼다.
이때는 침대없이 저렇게 바닥에 누워 자는 것조차 너무 안쓰러웠더랜다.
서준배 집사님이 사는 Somerset에 그 타운에 사는 주민들만 이용할 수 있는 Private pool이 있어서 비밀번호를 받고
지루해하는 아이들과 수영장에도 갔다.
지금 생각해보니 저 풀장은 여름내내 동네 주민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하루종일 붐비는 곳인데 저때는 어찌 저렇게 텅텅 비었었는지 모르겠다.
저때쯤 가구 주어오기 + 사모으기에 열중한 남편은 덩치가 큰 가구들을 빌리기 위해 U haul을 대여했다.
아직 우리집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주어오거나 사온 가구들은 서준배 집사님 댁 garage에 보관되었다.
U haul은 큰짐이 있을때 하루나 반나절 정도 빌리는 차라, 우리차가 생길때까지 렌트를 했는데 원할한 가구이송을 위해
pick up truck을 렌트했다.
당시 서준배 집사님댁의 garage는 우리 집으로 옮겨진 가구들을 가득찼다. 지금 다시 봐도 참으로 미안한 풍경.
남편이 주어온 가구 몇개를 도저히 참지 못하겠는 나는 페인트칠을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당연히 무시될 줄 알았던 그 제안이 왠일인지 남푠님의 승인을 받아 Lowe's에서 페인트와 붓을 사올 수 있었다.
제대로 하려면 칠하기전에 sanding을 먼저 해야 했으나 그것까지 결제받으려면 큰 소란이 있을 수 있기에 패쑤..
위에 저 탁자는 화장대 용도로 이후 민채의 방에서 2년간 잘 사용된 후 아이린 집으로 옮겨져 아마도 지금쯤 샌딩 작업 후 새로운 색으로 칠해지고 있을 듯.
아래 테이블은 이후 이사한 집에서 잠시 쓰여졌으나 곧 버려졌다.
당시에는 버려진 가구들을 주어와 쓴다는걸 받아들이는게 조금은 씁쓸한 기분이었다. 미국에 와서 이렇게까지 하고 살아야하나라는 생각이 있었던것도 같은데, 2년이 지난 지금 그런 생각따윈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한국에 와서 다시 누가 버린 가구를 사고 싶지는 않다. ㅋㅋ
민채방 화장대는 이후 이렇게 변신을 했다.
미국에 온지 일주일 쯤 지난 29일에 우리는 Minesota state 중 Minneapolis에 있는 ikea에 가구를 사기 위해 출발했다.
미국에서의 첫 장기나들이(?)라 조금 설레있는 마음으로 출발
아..근데 처음가본 미니아폴리스는 너무 멀었다. 3시간 반이 넘는 시간을 거쳐 겨우 도착..
지금이야 그 정도야 기본이지 하겠지만 200mile이 넘는 그러니까 300km 넘는 거리를 겨우 이케아 가자고 달려온 것이다. 한국에서는 차로 20분 거리에 있던 ikea를...
말그대로 피곤에 쩔어 도착해서 이케아 식당에 앉았는데 민채는 사진에서 보이듯 얼굴도 몸도 말이 아니고
민후는 갑자기 배 아프다고 소동을 벌여 약국을 찾으러 나가야 한다는 주장하는 나와 잠깐 기다려보라는 남편 사이에 언쟁까지...
정말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케아에서는 아이들 책상과 침대 매트리스를 샀는데, 이것만 해도 한짐이라 싣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새벽부터 부산떨며 이케아 도착했더니 점심쯔음..쇼핑하고 돌아오다 보니 훌쩍 저녁시간이 되어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한동네에 있는 Perkins에서 저녁을 먹었다.
제게 미국에 있는 동안 Perkins에서의 첫 식사이지 마직막 식사...
집에 돌아오니 9시 30분...지친다..지쳐..
Ames의 여름은 참으로 화장하고 푸르르고 정말 더웠다.
길거리를 지나가다 우연히 들린 한 공원 놀이터...나중에 알고보니 여기도 집근처 놀이터였다.
Inis groove Park...참 좋은 곳인데 19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미국의 그 예의 엄청 빠른 일 처리(비꼬는 거임^^;;)로 1년 뒤인 내가 돌아올때까지 계속 공사중인 채로 있어 많이 가보질 못한 것이 아직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School District에 들려 아이들 학교 수속도 했다.
아이들을 데리로 Des Moines에 갔다가 kids cafe를 발견하고 두어시간 들어가 놀았다.
한국 우리 동네에서 흔하디 흔한 Kids cafe가 Ames에서는 이렇게 한시간 운전해 나와야 딸랑 한 곳이라니..
뭐 키즈카페를 선호하지 않고 야외 액티비를 더 많이 하는 문화탓도 있겠지...그래서인지 이후 돌아올때까지 키즈카페를 다시 찾는 일은 없었다.
이렇게 Ames에서의 7월은 정신없이 지나갔고
드디어 8월3일 새집으로의 이주를 앞두고 있었다.
새 아파트에 나름 적응이 되어 이렇게 꽃도 사다 꼽고...
이때는 이후 이사할 집에서의 삶도 이렇줄 알았더랜다.